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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일기

야옹이가 떠난 3일

by svcbn 2026. 2. 1.

오늘 새벽에, 야옹이가 고양이별로 떠났다.
야옹이가 누군가 하면,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다시피 고양이. 우리 집 첫째 고양이.
이번 글은, 그 시간들의 나열과, 과정에서 든 생각들.


01/30(금)

퇴근하고 들어왔는데, 집에 있던 야옹이 상태가 좋지 않았다. 기저귀에 변을 본 채로, 사람이 들어와서 치워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가, 내가 들어오자 그래도 이 때는 큰 목소리로 치워달라고 소리 지를 수 있었던 상태. 들어오자마자 씻겨주고, 말려주고 하는데 몸에 힘이 너무 없어서, 이때 이미 직감했던 것 같다.

 

사실 야옹이가 쇠약해지기 시작한지는, 거의 한달 정도 된 것 같다. 어느 날인가 부터, 점점 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날들이 많아지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함께 잠든 날이면 거의 실수를 하곤 했으니까. 이틀마다 한번 정도는 이불 빨래를 돌리면서도, 그냥 화장실이 너무 멀어서 그랬나? 화장실을 더 자주 치워줘야 하나?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다.

그리고 몇 주 전부터는, 급격하게 원래 뛰어 오르던 높이까지 오르지 못했고, 점점 덜 먹고 덜 움직이며, 확실하게 말라가는 것이 느껴졌다. 모든 징후들이 노묘의 고령화를 가르키고 있어, 이때부터는 노묘와 함께하는 방법들을 알아보고, 여러 준비들을 했다. 평상시 잘 올라가던 곳들에 경사를 놔 주거나. 함께 침대에서 잠들기 위해 기저귀를 채워준다거나 하는 식으로.
그래도 이 당시에는, 이런 시간들이 당연하게도, 몇 달 정도는 계속될것만 같았다.

그래서 이 때부터는, 원체 식탐이 많은 고양이였던지라, 그 동안 건강 생각해서 못 먹게 했던 것들을 조금씩 다 맛볼 수 있게 두었다. 짜서 못 먹게 했던 어포도, 당과 버터가 많이 들어가 못 먹게 했던 빵도, 하루에 양을 조절해서 주었던 참치캔도 먹고싶은만큼 잔뜩. 하루종일 잠만 자고, 걸어다니는 모습이 점점 위태로워 보여도, 그래도 먹는 시간만큼은 행복해 보였으니까.

그렇게 한달 정도의 시간을 보냈다.

 

다시 이 날로 돌아오자면, 그렇게 씻겨 주고, 말려주고, 쓰다듬어 주고 있는데, 또 비틀비틀 걸어와서는 무릎 위에 올라 앉았다. 내 무릎 위에 올라타는 것을 원체 좋아하는 아이인지라, 예전엔 컴퓨터 앞에 앉아 게임 하고 있을때도 자꾸 올라오려고 해서, 귀찮아하고 쫓아냈던 기억도 많았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아, 결국에는 무릎 위에 올려놓고 다리 저려가며 있던 것이 일상이었지만.
그래서, 컴퓨터 앞에 앉아 공부하려던 계획도 접고, 아예 내 위에 눕혀놓고 침대로 들어갔다.

 

불과 이틀 전만 해도 이렇게 또렷하게, 참치 먹어서 만족한 표정으로 날 쳐다보고 있었는데.
반면, 나는 이렇게 누워서 마주보며, 엄청 많이 울었다.

씻겨도 반항하지도, 한마디 소리 내지도 못하는 모습을 보며, 불현듯 허락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불안하기는 했었지만, 어딘가 현실감이 없던 확정된 미래에, 마침내 도달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정말 우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데.
이렇게까지 진짜 감정이 동요되어서 울어봤던 것은, 아직도 결론내지 못한, 7살의 나병한의 의문이었던, 사람은 왜 태어나서 죽어가야만 하는 것인지 존재의 근원같은 질문을 가졌을 때, 그때 이후로 처음이었다. 뭔가 현실감이 없고 너무나 큰 아득함에 숨히 막혀서, 질식할 것만 같은 근원적인 공포와,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데에서 오는 압도되는 슬픔.

잠시 이야기가 샌 것 같지만, 아무튼 그래도 야옹이는 배 위에서 고르륵 하고 있고, 지금의 나는 그 답을 찾기 위해 살아가고 있으니, 야옹이를 껴안고 이른 시간에 잠에 들었다.

그리고 야옹이는 오늘도 어김없이 실수를 했다.


01/31(토)

아침에 일어나서 어김없이 야옹이를 씻겨 주고, 최근에 허리가 좀 좋지 않아서 정형외과에 가 척추 디스크쪽으로 주사를 맞고 왔다. 며칠은 뻐근하겠지만 곧 조금 괜찮아질 거라고. 다행히도 검사 결과 디스크나 협착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무릎이나 척추 연골 쪽으로는 좋지 않은 것 같다.

뭐 별다른 일 없이, 집안일을 좀 하고, 저녁에 약속이 있어 오후 느지막이 나와 카페에서 책을 좀 보다가 저녁 약속을 다녀와서 집에는 늦게 들어왔다. 이렇게까지 평범할 수 있나 할 정도로, 평범하디 평범했던 하루.

그리고 늦게 집에 들어왔는데, 바닥에 야옹이가 옆으로 쓰러져 있었다.

약간의 마음의 준비를 하고, 야옹이를 확인해봤는데, 아직 숨은 쉬고 있었다.
그런데, 이때부터는 확실하게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이 날 낮까지만 해도 그래도 비틀거릴지언정 걸을 수 있었고, 참치캔을 따면 소리를 내며 걸어와 먹으려는 의지는 있었는데.

기저귀를 갈면서 씻겨 주는데, 눈에 초점이 없어 보였다. 원래 쓰다듬으려 손을 가까이 하면 기분 좋게 눈을 감아 주는데. 손이 눈가에 가까이 가도 감으려는 반사가 일어나지 않더라고.
그래서 좋아하는 간식의 바스락거리는 비닐 소리를 내 봤다. 소리가 나는데도, 귀도, 기분 좋음의 꼬리도 움직이지 않더라고.
참치캔을 따 코 앞에 들이밀었다. 원래는 잠깐 너무 차갑지 않으려고 따서 꺼내놓은 참치캔도 찾아내곤 했는데, 전혀 입에 대려 하지 않았다.
그런데, 발바닥을 쓰다듬어주면, 약간의 발톱을 꺼내는 반응이 있었다. 원래도 발바닥의 반대 방향으로 쓸어내리면 발톱을 꺼내던 장난을 자주 치곤 했던 터라, 아, 그래도 촉각은 남아있구나.

이 시점에서, 마지막 가는 길 까지 안아줘야겠다. 라고 생각했다. 더 이상 남아있는 시간이 얼마 없다는 것에 확신이 들어서, 어제처럼 야옹이를 배 위에 올리고 전기장판을 덮어 주고, 계속해서 쓰다듬어 주다가, 어렴풋이 3시 반쯤 잠에 들었다.


02/01(일)

잠든지 얼마 되지 않아, 새벽 5시쯤 잠에서 깼다. 아직 숨 쉬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천천히 같이 숨 쉬며, 낮아진 체온과 미약한 심장 박동을 느끼며, 내 체온과 박동을 이 아이도 느낄 수 있기를 바라면서, 하염없이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기를 두 시간 정도나 지났을까. 7시 반 정도가 지났을 무렵, 야옹이가 숨을 내뱉으며, 끄응 하고 앓는 소리를 몇 차례 냈다. 그리고는, 더 이상 숨을 쉬지 않았다.

조심스럽게 안아 들고 일어나, 가족들을 깨우고, 약간의, 그리고 조금 더 약간의 시간을 가지고, 애완동물 장례 하는 곳을 알아봐 출발했다. 소각장 자체가 혐오시설이라 그런지, 대부분 근교에 위치해 있다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되었다.

상호명이 나와있긴 한데, 뭐 상관없겠지. 절차 안내와, 이후 과정에 대한 설명과 선택 후, 사람에 비하면 매우 간략한 절차를 거쳤다. 다들 친절하게 잘 대해 주셔서 감사했다. 언젠가 찾아올 미래에도, 다시 와도 괜찮겠다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던.

 

아래로는, 보는 사람에 따라 거부감이나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해, 글과 사진을 그만 보는 방법도 있다는 것을 먼저 알리고 싶다. 혐오스러운 사진이지는 않다고 생각하지만, 동물의 사체 그 자체나, 혹은 사람을 연상시키는 절차 자체에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기에.

내리면 중간에 사진이 있어, 글만 보려면 조금 더 내릴 수 있게 해 놓으려고 한다.

 

 

 

 


 

 

 

위에서 안내를 했다고는 생각하지만, 그래도 약간의 여백을 더 두고,

 

 

 

 

 

 

안내받으며 보니 뭐 더 좋은 관이나, 수의 이런 것들도 해 줄수 있다고는 하는데, 잘 모르겠다. 그것들은 너무나도 인간스러운 절차와 의식이고, 깨끗하게 화장해주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에. 그래도 약간의 의미부여를 해 주는 절차들이, 사람의 절차와 다르게 끼어들어 있던 것은 신기했다.

모든 과정을 참관할 수 있었다. 너무 자세한 묘사는 조금 그렇지만, 가까운 사람을 떠나보낸 적 있다면 본 적 있었을 그런 절차들. 한 마리의 동거묘 정도로 생각하면서 살아왔었는데, 오늘 비로소 정말로 가족이었구나 하고 실감이 났고, 그리고 그 가족은 깨달음과 동시에 떠나갔다. 이래서 크든 작든, 무엇을 잃어 봐야만 비로소 알 수 있다고 했었던가. 매번 당하면서도 여전히 깨닫지 못하는 나도 어지간히 바보다.

안 그래도 작은 체구인데, 시들기 시작하면서 더 마르고, 마침내 화장을 해 분골이 되니, 정말로 한줌이 되었다. 작은 나무 한 그루에 뿌려주기 위해, 마찬가지로 더 작은 유골함을 받아들고, 돌아올 수 있었다. 다른 한 마리의 가족묘는, 이런 상황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고양이의 생각도 궁금해진다.

 


고른 사진과, 발도장, 그리고 약간의 털을 담아 준다.

약간의 위안이라면, 그래도 마지막 가는 순간까지, 함께 해줄수 있었다는 것. 옆에 있다는 느낌, 혼자 있는 것이 아니라는 느낌을 줄 수 있었다는 것. 사실 당사자가 아니라 어느 정도까지 전해졌을 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약간이나마 느껴졌다면, 그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할 것 같다.

미리 한참 울어서 그런가. 오늘은 눈물이 많이 나지는 않았다. 그러다 문득 떠오를 때면, 나는 어떻게 잊어야 하는 걸까. 주변에 정을 그렇게 많이 주는 편은 아닌데, 한번 마음을 허락하게 되면 정말 깊게 정을 주게 되어서, 이럴 때마다 너무 곤란하다. 시간이 약이라던데, 왜 내 시간은 무뎌지게 해 주기 보다는, 방심했을 때 시간으로 벼려 나를 날카롭게 찌르는걸까. 언제쯤 익숙해지는걸까.
아직도, 정을 줬던 모든 것들은, 나를 괴롭게 한다.

그렇지만, 부디 야옹이는 삶이 괴롭지만은 않았기를, 사후세계에 대한 믿음은 없지만, 오늘만큼은 죽음 이후가 평안하기를.

 

뭐.. 마무리를 해야겠지. 사실 그래서 주말 내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원래 사내 미니세미나로 했던 주제 정리해서 글로 올려놓고,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 겪었던 것들 사내위키에 정리해놓으려고 했는데.
뭐 그것보다도 더 문제는, 당분간 너무 분위기로 티낼 것 같아서 문제다. 사회생활 그거 어떻게 하는거죠. 뭐 사람도 아니고 애완동물인데 겨우 그것 가지고 그러냐고 하면... 그러게나 말이다. 나도 내가 이럴줄은 몰랐네. 역시 겪어봐야 아는 것 같다.

아무튼 그런 이야기었다. 3일간의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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