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어기제에 대한 흥미로운 글을 읽어서, 찾아서 정리 해두고 내 정신적 성숙도를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해보려고 한다.
인간은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는 환경에서, 개인의 성격이나 성향별로 각기 다른 방어기제를 사용한다. 방어기제라는 어감에서 뭔가 나쁜 것 처럼 느껴지기 쉽지만, 본질적으로는 불안, 스트레스, 갈등 상황에서 자아를 보호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작동되는 심리 전략이다.
다만 미성숙한 방어기제들은 장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서, 방어기제를 인식하고 자신에게 맞는 성숙한 방어기제를 찾아서 연습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신분석학에서 인정되고 있는, 베일런트의 성숙도에 따른 분류로 방어기제를 구분할 수 있다.
병리적 방어기제
현실을 왜곡하는 심각한 수준의 방어기제. 장기적으로 현실 검증 능력을 손상시켜 사회적, 직업적 기능에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정신질환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부정 (Denial)
용납하기 어려운 현실을 아예 인정하려 하지 않는 것. 외부의 자극을 부정하는 것이다. 억압과 함께 가장 원시적인 메커니즘으로, 진실을 인정했을 때 이후의 삶이 지옥이 된다면, 오히려 당분간 부정하다가 받아들일 수 있을 때쯤 서서히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사용한다면, 원시적이지만 필요한 방법.
분리 (Splitting)
자신과 남에 대한 태도를 '전적으로 좋은 것' 과 '전적으로 나쁜 것' 이라는 두 개의 상반된 것으로 분리하는 것이다. 흑백논리가 대표적이다. 복합적이고 애매한 감정을 잘 느끼지 못할 수 있다.
전환 (Conversion)
자신의 심리적 갈등이나 고통을 신체적인 증상이나 감각기관 전이하여 신체적으로 나타내는 것. 마비, 경련, 맹목 등의 증상을 보일 수 있다.
왜곡 (Distortion)
현실을 왜곡해서 받아들이는 것. 현실을 부정하고 보여지는 것에 집착하여 무리하게 SNS에 과시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미성숙 방어기제
주로 아동기에 나타나며, 충동적이고 성급한 행동을 나타낼 수 있다. 단기적으로 불안을 줄일 수 있지만, 현실 문제 해결에는 도움이 됮 않고 장기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투사 (Projection)
자신의 위협적인 충동이 타인에게 있다고 가정하는 것. 과민, 분노, 공격성, 편견, 질투 등 부정적인 모습들로부터 야기되는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이러한 것들이 타인에게 있다는 식으로 투사한다. 자기 탓에 대해 남의 탓을 하는 경우. 남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비난도 투사와 관계가 있다.
해리 (Dissociation)
감정/기억/상황/주변환경과 자신이 분리된 느낌을 받는 것. 충격적인 일을 당하거나 회상할 때 멍해짐과 비현실감을 느낀다. 자신에게 일어난 일이라는 현실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 극한의 상황에서 정신을 지켜주는 필수적이고 일반적인 방어기제의 일환이다.
환상 (Fantasy)
상상 속에서 성취를 경험함으로써 좌절된 욕망을 충족하는 것. 상상 속에서의 성취는 대개 자아도취적이고 전능적이다.
퇴행 (Regression)
불안 상황에 처했을 때 심리적인 측면에서 이전의 발달단계로 돌아가려 하는 반응. 성인기 퇴행의 경우, 스스로 사회적인 측면에서 만족하지 못했을 때 많이 발생하며, 스스로 가장 좋았던 시절을 끝없이 투영하여 현실을 부정한다.
동일시 (Identification)
타인의 특성이나 가치를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여 모방하는 것. 부정적으로는 자기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하게 되기도 하지만, 긍적적으로는 내면화하여 성장에 도움을 줄 수도 잇다.
수동 공격성 (Passive Agrression)
직접적인 표현 대신 소극적, 간접적으로 공격성을 드러내는 것. 일부러 늦게 행동하거나, 협조하지 않는 태도 등을 보인다.
행동화 (Acting Out)
불안을 직접적인 행동으로 표출하는 것. 이 경우에는 왜 그런 행동을 하고 있는지 본인은 이성적으로 이유를 말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신경증적 방어기제
성인이 되면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게 되는 방어기제. 현실을 왜곡하는 정도가 심하지 않고 비교적 현실과 연결된 방식으로 불안을 줄인다. 과도하면 대인관계와 적응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합리화 (Rationalization)
위협적인 충동이 순간적으로 발현되었을 때, 그럴싸하게 무마하려는 것. 심하지 않으면 합리화 또한 위기해결 능력으로 볼 수 있다. 일상에서 자기합리화 라고 하면 이보다는 self-justification 의 의미인데, 구분을 좀 해 보면..
Rationalization 은 무의식적 과정에서 유발되고, 본래의 동기나 감정을 자각하지 못한 채 사회적으로 수용 가능한 설명을 만들어낸다.
Self-Justification 은 의식적, 인지적 과정에서 스스로 납득하거나 타인에게 설득하기 위해 이유를 제시하는 것으로, 꼭 방어기제는 아니고 사회적 맥락에서 흔히 사용한다.
반동 형성 (Reaction Formation)
자신의 진정한 충동이 표출되지 못하도록 정반대 형태의 행동이나 태도를 형성하는 것.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부정하면서 오히려 타인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는 경우나, 자신의 성향같은 것을 의식적 혹은 잠재의식적으로 느끼고 있지만, 그것을 거부하면서 생기는 부정적 감정을 같은 부류에게 쏟아 부으며 숨기는 경우 등이 속한다.
억압 (Repression)
위협적인 충동의 존재 자체를 거부하여 의식 속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무의식적으로 막는 것. 다시 말해 욕망을 잊으려 하는 것이다. 가장 원시적인 메커니즘이자 가장 유명한 메커니즘이지만, ~~에 대해 생각하지 마세요 라고 하면 반동 효과로 그것을 더 떠올리게 되는 것 처럼, 현대 심리학의 관점에서는 회의적이라고 한다. 이는 성숙한 방어기제인 억제에 대한 연구로 이어진다.
전위/전치 (Displacement)
충동 자체는 표현하되, 수용 가능한 목표로 변경하는 것. 흔히 말하는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눈 흘긴다 의 종류이다. 군대에서 흔하게 겪을 수 있는 내리갈굼도 전위의 유명한 사례 중 하나.
주지화 (Intellectualization)
자아가 감정과 욕구를 적절히 표현하지 못하고 억압될 때 나타나는 현상으로, 불편한 감정을 조절하거나 줄이기 위해 지나치게 추상적이거나 논리적인 생각과 표현을 사용하는 것. 감정적 갈등이나 불안을 지적인 방식으로 대처하며, 감정을 억제하고 정교한 논리를 주장하는 것이 특징이다. 감정 대신 분석과 추론을 통해 상황을 이해하고 대응하려 하는 것. 균형 잡힌 주지화는 감정 조절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과도한 사용은 오히려 정서적,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성숙한 방어기제
갈등을 건강하게 처리하고 현실 적응력을 높이며, 성장을 촉진하는 가장 건강한 수준의 방어기제.
승화 (Sublimation)
자신의 위험해 보이는 감정을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는 형태로 바꾸는 것. 사회적으로 바람직하게 여겨지는 메커니즘 중 하나로, 방어기제의 가장 성숙한 형태. 예술이 대표적인 사례로, 자신의 폭력적인 충동을 예술로 표현하면서 푸는 고흐나 뭉크, 혹은 조직폭력배가 손을 씻고 격투기 선수로 데뷔한다거나 의 예시를 들 수 있다.
유머 (Humor)
불쾌하거나 기분 나쁜, 공격적인 충동이 생겨도 농담으로 해소하는 것. 불쾌한 일을 당했을 때 유머로 승화시켜 받아들임으로써 자신의 불쾌감도 어느 정도 해소한다. 불안을 유발하는 생각 또는 감정의 표현으로 타인에 대한 빈정거림도 없고, 불쾌한 효과도 일으키지 않는다.
이타심 (Altruism)
자신이 받고 싶은 것을 타인에게 베풀면서 간접적으로 충족시키며 대리만족하는 것. 구호단체에서 자선활동을 한다거나, 부모님에게 용돈을 드린다거나 하는 행동들을 들 수 있다.
억제 (Suppression) / 인내 (Patience)
억제는 욕망을 잠시 미뤄 두고 나중에 다시 찾도록 하는 것. 나중에 받아 들일 수 있는 상황이 왔을 때 다시 받아들여서 해소한다.
인내는 불쾌한 상황에서 곧바로 반응하지 않고 기간을 두고 시간과 여유를 가지고 대처하는 것.
처리 방식에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여유와 시간을 두는 것이 서로 유사하다.
수용 (Acceptance) / 용인 (Tolerance)
수용은 상황을 직시하고 현실적으로 받아 들이는 것. 용인은 인정하기 싫은 감정/상황을 의도적으로 받아 들이고 허가하는 것이다. 용인은 내적 갈등이나 불안이 남아 있지만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감정을 조절하고, 성숙해질수록 자신과 타인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며 심리적 안정감을 얻는 수용으로 발전한다. 용인이 '싫지만 참는다' 라면, 수용은 '그럴 수 있지'.
예측 (Anticipation)
미래에 있을 불편함이나 갈등 등을 미리 내다 보고 현실적으로 계획하고 대비함으로써 불안을 완화하는 것.
여기까지 방어기제의 종류에 대해 알아보았다. 시작하기 전엔 미처 알지 못했는데, 생각보다 다양하게 분류되어 있어 각 예시들과 함께 보니 각각의 종류들을 확실히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던 점. 원래 방어기제를 정리한 지그문트 / 안나 프로이트의 이론에서는 설명을 위해 원초아(id) >> 자아(ego) << 초자아(superego) 의 개념이 함께 필요한데, 설명이 복잡해질까 싶어 제외했다. 더 깊게 방어기제 자체의 개념에 대해 알아보고 싶다면 저 키워드들 위주로 찾아보는 것을 추천. 뭐 방어기제 자체는 어떤 행위가 방어기제다/아니다 라고 판정하는 측정 기준이 불명확하여 현대 심리학에서 비판이 있다고 하기도 하고.. 아무튼??
중요한 것은 그래서 여기서 무엇을 받아들이고 배울 수 있냐는 것이다. 심리학 전공도 아니고 갑론을박 할 것은 아니니까... 자신에 대해서 내가 이럴 때 어떤 무의식/의식적 행동과 양상을 보이는지를 솔직하게 파악하고, 그에 따른 성숙을 위한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건설적인 향샹을 위한 도움이 될 것이다. 그래서 내 사례들을 분석해 보려고 하는데, 여기서부터는 TMI 주의.
다행히도 병리적 방어기제는 없는 것 같다. 이 단계들은 사실 병원에서 상담을 받아 보는 것이 더 바람직한 방향이기 때문에, 나는 왜 이상한가(?) 에 대해 알아보고 싶었던 경우는 있지만, 그 외에 심각한 문제는 없었다.
미성숙 방어기제 중에서는 약간의 동일시와, 가끔의 수동 공격성, 행동화 를 보이는 것 같다.
동일시는 내가 평소에도 입버릇처럼 하고 다니는, 주변 좋은 사람들의 장점을 훔친다(?) 의 사례로 정확히 정의되어 있어 신기했는데, 나 자신을 잃을 정도는 아니라서 긍정적인 정도로 받아들여도 될 것 같고..
수동 공격성과 행동화는 컨디션이 나쁘거나 정말 스트레스 상황에 처했을 때 가끔 볼 수 있는 것 같다. 특히 한창 반항이 심했을 청소년기에는 정말 많이 보였던 것 같은데...
저런 충동들이 일어날 때, 아 내가 지금 이런 종류의 방어기제를 보이고 있구나, 다른 방향으로 해소해야겠다 하고 한번 더 생각하는 것으로 더 성숙한 방식을 사용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수동 공격성은 용인으로, 행동화는 인내나 억제로 발전시키면 좋을 것 같다.
신경증적 방어기제는.. 합리화와 주지화를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것 같다. 잠깐만 떠올려 봐도 생각나는 케이스가 한둘이 아닐 정도ㅋㅋㅋㅋ. 다만 합리화의 설명에서 서술했듯이 합리화와 자기합리화는 다른 영역이고, 그 중 비중은 Self-Justification 이 더 높은 것 같긴 해서.. 의식만 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라는 벌써 합리화 가동).
주지화는 거의 내 기본 방어기제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설명이 딱 들어맞는다. 갈등 상황에 대해 근거나 원인, 발생 사건, 그 후 결과를 분석하고, 이유를 찾고, 납득이 가능한 영역으로 치환하려고 한다. 올해 들어서는 또 약간의 심적 변화로 조금 줄어들긴 했는데, 그래도 주지화를 통한 합리화로 연계되는 이 과정을, 의식적으로 인식하고, 그 순간에 억제한 후, 수용의 단계로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방향이 될 것 같다. 오늘 이 글이 작성된 계기이자 너무 내 케이스라 흥미로웠던 부분.
성숙한 방어기제는 뭐.. 인격적으로 성숙한 사람들에게서 많이 찾아볼 수 있는 것들이다. 아무래도 방어기제 작동 << 을 의식할 수 있다면 그 순간 의식적으로 이쪽 방향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기에, 강도가 강하지 않은 스트레스들이라면 이쪽을 사용하는 것을 나 자신도 선호하기도 하고..
그래도 사용 빈도의 차이가 있는 것 같기는 한데, 승화나 이타심, 예측 같은 것은 거의 사용되지 않는 것 같고, 주로 사용하는 것은 유머와 인내, 수용. 크게 특별하지는 않은 정도지만 그냥 남들만큼 적당히 억제와 용인을 사용하는 것 같다.
생각보다 지식의 내용이 넓어서 시간이 좀 걸렸지만, 나름 재미있는 주제였다. 가끔 이런 주제들을 떠올렸을 때 마냥 적당히 찾아보고 넘어가는 것이 아닌, 정리해서 남길 수 있는 것이 블로그를 시작한 순기능이 아닐까?? 아님 말고
다른 사람들이 이런저런 모습들을 보일 때, 이제 종류를 분석해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기도 하고, 다른 사람이 보는 내 방어기제와 내 자신이 인식하는 방어기제가 얼마나 다른지도 궁금하다. 하지만 이런 진지한 이야기 할 사람이 별로 없음 이슈...ㅠㅠ
오늘의 고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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